Codex
코드를 안 짠다.
대신 AGENTS.md라는 파일을 만지고 있다. 에이전트에게 줄 지침을 적는 파일이다. 에이전트가 실수 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지침을 한 줄 추가한다.
그 지침은 Codex가 참조한다.
codex의 어원은 라틴어 caudex다. 나무토막. 로마인들은 나무 위에 밀랍을 바르고 그 위를 긁어 글을 새겼다. 여러 판을 묶어 기록물로 썼고 그것을 codex라 불렀다. 나무가 양피지로 바뀌어도 codex라는 이름은 남았다.
529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로마 제국 전역에 흩어져 있던 법령들을 하나의 체계로 편찬했다. 개별 법이 아니라, 법을 다스리는 법. 제국 곳곳의 칙령을 모아 이 한 권만 보면 되게 만든 것이다. 그 결과물의 이름이 Codex Justinianus, 법전이었다.
2026년, 나도 나만의 Codex Justinianus를 만든다. 프로젝트마다 쌓인 규칙과 실패의 교훈, 메모리를 모아 이 한 파일만 보면 되게.
OpenAI가 올 2월 블로그에서 밝힌 숫자가 있다. 엔지니어 3명이 5개월 동안 100만 줄의 코드를 프로덕션에 올렸다. 인간이 직접 작성한 코드는 0줄. 그들이 쓴 것은 code가 아니라 codex였다. 마크다운으로 에이전트를 감쌌다. 이걸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라 부르더라.
codex(앱)를 쓰려면 자신만의 codex(법전)를 먼저 써야 한다. 양피지 대신 마크다운으로. 이 codex를 codex(에이전트)가 따른다. IDE를 열 때마다 조금 긴장한다. 내가 한 줄도 짜지 않은 코드가 내 codex를 따르고 있다. 잘 돌아간다. 한 줄도 안 짰는데.
법전, 에이전트, 앱. Codex라는 한 단어 안에 이 도구의 워크플로 전체가 들어 있다. 이름을 지은 사람이 이걸 의도했는지는 모르겠다.
Codex, 이름 잘 지었다.